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떠안은 대출 부담이 장기화되면서 정부가 다시 한번 대규모 채무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코로나19 당시 매출 감소와 영업 제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금융지원이 이뤄졌지만,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당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사업자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이후 소상공인 부채 부담 여전
정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당시 소상공인 등의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약 175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이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의 부채 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실행된 은행권 및 정책금융 개인사업자 대출은 약 358조7000억원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약 43.1%인 154조7000억원이 아직 상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3개월 이상 장기 연체된 금액도 약 6조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났지만 당시 발생한 부채가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으로 남아 있는 셈입니다.
역대 정부도 경제위기 때마다 채무조정 추진
정부의 대규모 채무조정 정책이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경제위기나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취약계층과 기업의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박정희 정부
1961년에는 농어민의 고리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농어촌 고리채 정리 사업이 추진됐습니다.
당시 연이율 20% 이상의 고리채를 12% 수준의 융자로 대체하는 방식이 활용됐습니다.
김대중 정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한 배드뱅크 방식의 부실채권 정리가 본격적으로 활용됐습니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을 통해 약 148조원 규모의 기업 부실채권을 처리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에 나섰습니다.
노무현 정부
2003년 카드대란으로 개인의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급증하자 한마음금융과 희망모아 등 배드뱅크가 도입됐습니다.
일시 상환을 조건으로 원금 일부를 감면하는 방식 등이 활용됐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이명박 정부에서는 저신용자를 지원하기 위한 신용회복기금이 설립됐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약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해 취약계층의 채무조정을 지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에서는 1000만원 이하의 빚을 10년 이상 갚지 못한 장기 소액 연체자를 대상으로 채무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추진됐습니다.
소상공인 채무조정의 대표 정책 ‘새출발기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채무조정 정책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확대됐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새출발기금을 출범시켰습니다.
초기에는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가운데 장기 연체자의 신용·보증채무를 대상으로 일정 조건에 따라 원금의 60~90%를 감면하고 최대 10년까지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후 지원 대상과 범위가 확대됐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새출발기금에는 누적으로 약 17만5000명이 27조7000억원 규모의 채무조정을 신청했으며, 이 가운데 실제 약정이 이뤄진 규모는 약 9조8000억원, 11만4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번에는 장기연체 코로나 대출에 초점
이번 정부의 새로운 지원책은 기존 채무조정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정부는 유동화회사와 대부업체 등이 보유한 소상공인의 장기 연체 채권을 새도약기금을 통해 매입한 뒤 소각하거나 채무를 조정한다는 계획입니다.
정부가 예상하는 대상 채권 규모는 유동화회사와 대부업체를 합쳐 약 4조5000억원입니다.
특히 20년이 넘은 장기 연체채권은 일괄적으로 말소하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반면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하고 있는 소상공인에게는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됩니다.
고금리 대출 저금리 전환도 확대
채무를 직접 감면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기존 대출의 금리 부담을 낮추는 정책도 함께 추진됩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금리 7% 이상 금융권 대출을 4.5% 저금리로 전환하는 대환대출의 대상 범위를 확대합니다.
신용보증기금 역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민생회복 특례보증 지원 기간을 연장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이번 대책은 단순히 빚을 없애는 방식뿐 아니라 장기 연체자의 채무조정,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전환, 성실상환자 지원 등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채무탕감 놓고 전문가 의견은 엇갈려
이번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엇갈립니다.
소상공인 측에서는 코로나19 당시 정부의 방역 조치로 영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이 상당수였던 만큼 국가가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경제학계에서는 반복적인 채무탕감 정책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성실하게 대출금을 갚아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앞으로도 정부가 빚을 탕감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될 경우 금융질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채무를 일괄적으로 탕감하기보다는 상환 능력이 있는 차주에게는 장기간에 걸쳐 일정 금액을 갚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핵심은 ‘탕감’보다 재기 지원
소상공인 채무조정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빚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 것입니다.
채무 부담을 낮춰주는 동시에 해당 사업자가 다시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소득을 창출해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 역시 장기연체 채권 소각과 함께 저금리 대환, 보증 지원, 성실상환자 인센티브 등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당시 발생한 대출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소상공인의 부담으로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의 채무조정 정책이 실제 자영업자의 재기와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한눈에 보는 이번 소상공인 채무조정 대책
| 구분 | 주요 내용 |
|---|---|
| 코로나 금융지원 | 약 175조원 규모 |
| 미상환 개인사업자 대출 | 약 154조7000억원 |
| 장기 연체액 | 약 6조3000억원 |
| 장기연체 채권 매입 예상 규모 | 약 4조5000억원 |
| 20년 이상 연체채권 | 일괄 말소 추진 |
| 고금리 대출 대환 | 7% 이상 → 4.5% |
| 기존 채무조정 | 새출발기금 등 활용 |
| 정책 방향 | 채무조정 + 저금리 전환 + 재기 지원 |
정리
코로나19 당시에는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해 대출 중심의 금융지원이 필요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대출이 오히려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으로 남게 됐습니다.
이번 정부의 정책은 이러한 ‘코로나 대출의 후유증’을 정리하기 위한 추가적인 채무조정 대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채무탕감이 일회성 대책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소상공인 재기 지원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성실상환자와의 형평성, 도덕적 해이, 향후 재정 부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결국 이번 정책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빚을 없애느냐보다 채무조정을 받은 소상공인이 다시 정상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