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을 끌어모아 집을 산 고차입 가구와 저소득층이 금리 인상 충격에 가장 취약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한 가구 내에서 한 명이 무너지면 다른 가족까지 연쇄적으로 연체에 빠질 위험이 일반 가구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가구 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한 가계부채 리스크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기존의 개인별 분석에서 벗어나 206만 가구의 자산·부채·소득·지출을 추적할 수 있는 월별 패널 데이터를 구축해 이 같은 리스크를 진단했다.
이번 시뮬레이션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전체 차입 가구의 연체 비율은 기존 3.35%에서 0.27%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리 인상에 따른 타격은 소득이 적거나 사업을 운영하는 계층에 집중됐다. 소득 하위 1분위 가구의 연체율은 0.48%포인트 뛰었으며, 자영업자와 법인대표 가구 역시 0.32%포인트 오르며 평균을 웃돌았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주택 구입 과정에서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장 크게 늘어난 상위 10%의 ‘고차입 주택 취득 가구’다. 이들 가구는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연체 확률이 무려 0.81%포인트 급등했다.
여기에 더해 고차입 가구는 신용위험이 가족 구성원 전체로 번지는 ‘도미노 부실’ 양상도 뚜렷했다. 고차입 가구에서 가구원 1명이 연체 상태에 빠질 경우, 12개월 안에 다른 가구원까지 연체할 확률은 8.8%로 집계됐다. 이는 일반적인 기존 주택 보유 가구(4.6%)와 비교해 1.9배 높은 수준이다. 개인이 진 빚의 무게가 가계 전체의 신용 위기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원리금 상환 부담이 소비를 짓누르는 임계점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6% 선인 것으로 분석됐다. DSR이 이 수치를 넘어서면 소비가 본격적으로 위축되기 시작하는데, 지난해 기준 부채 가구의 11.1%가 이미 이 한계선을 넘어선 상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가구의 연체 위험과 가구원 간 신용 전이 가능성이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며 “취약 소득층의 채무 상환 부담과 맞물려 면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