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천조 시대, 제2의 IMF 사태 터지나?
2012.02.17 19:35
두려운 역사의 반복, 2012년은 15년 전인 1997년의 역사를 따라가고 있다.
원문 주소: http://arthurjung.tistory.com/125
흔히들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한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1997년에 정부는 학교폭력 방지대책을 시행하였고, 만화산업에 대한 규제방안도 발표하였다. 그리고, 1997년 말에 한국은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된다. 1997년의 집권당은 현재 새누리당(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었고, 대통령은 (그 다음의 김대중이나 노무현과는 다르게) 현재 대통령인 이명박과 연결되는 김영삼이었다. 굳이 나누자면 김영삼 정권이 끝난 후, 10년 동안의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지나 다시 이명박 정권으로 반복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런 김영삼 정권이 1997년에 시행한 학교폭력 방지대책이 뭔지 아는가? 바로 가해자 엄정처벌과 인성교육 강화, 교사들의 관심 증대였다. 얼마 전에 이명박 정권이 내놓은 학교폭력 방지대책과 거의 똑같다. 그럼, 1997년에 발표된 만화산업에 대한 규제방안은? 요즘 이명박 정권이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방안과 그 정신이 일맥상통한다. 단지 1997년의 희생양은 만화산업이었을 따름이고, 2012년에는 게임산업일 뿐이다. 공교롭게도, 만화산업과 게임산업은 상당히 유사한 산업적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1997년 이후 만화산업은 크게 몰락했고, 지금 이 순간 게임산업이 그런 처지가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상하게 뭔가 데자뷰 현상 같은 게 느껴지지 않는가?
[사진 자료: 뉴시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대한민국의 가계부채가 사실상 1천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 해 말에 가계대출이 이미 900조 원을 돌파했고, 통계상으로는 '기업부채'로 잡히지만 실제로는 '유사 가계부채'로 볼 수 있는 자영업자 대출이 작년 12월에 벌써 100조 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2011년 하반기만 하더라도 1000조 원이 넘는다 안 넘는다 설왕설래가 있었고 2013년이 되어서야 1천조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이제와서는 대한민국은 지금 실질적으로 1천조 시대가 닥쳤다는 데에 다들 별로 이의가 없는 듯하다. 그러니, 2007년에 600조 원을 넘어선 이래로 이명박 정권 5년차 만에 가계부채가 50% 넘게 급증한 것이다. 2008년부터 가계부채는 거의 매년 60조 원 정도씩(2010년에는 67조 증가) 늘었으며, 이는 현정권 들어서 내 가족 또는 친척이나 친구 중 누군가의 빚이 50%이상 증가했다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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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더 큰 문제는 전체 물가상승률 자체가 무척 높은 편이고, 특히 이명박 정권 들어서 식품 물가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보다 거의 2배나 더 높다는 것이다. 최근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식품 물가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동안 29.9%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인 15.2%보다 무려 14.7% 더 높은 수치다. 한 마디로, 지난 4년 동안 가계의 빚은 1.5배 증가했는데 생존에 필수적인 식품의 가격은 일반적인 물가의 증가보다도 2배나 더 많이 값이 올랐다는 말이다. 결국, 대한민국 국민은 이명박 정권의 통치 기간 중에 예전보다 훨씬 더 못 먹고 못 사는 상황을 맞이하고 만 것이다. 고물가 상태에서 비정규직의 증가로 돈 자체가 없으며, 빚은 점점 늘어나는데 음식값은 천정부지로 올랐으니, 할 수 없이 먹는 게 부실해지고 굶을 수밖에..
[2012년 2월 6일 문화일보 보도(좌), 2012년 2월 14일 세계일보 보도(우)]
급기야 (한국은행, 통계청, 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들이 요즘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시작한) 지난해 통계 자료에서도 소득보다 부채와 이자비용의 증가 속도가 훨씬 더 높은 걸로 나타났으며,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지고 실질 소득이 감소하여 실제로 '가난하게 사는' 국민들이 대거 양산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정부의 공식 발표 자료에서까지 생계난에 처한 국민들의 상황이 이렇게 확연하게 드러나기 시작하자, 작년 말에 유행했던 단어인 '하우스푸어(House Poor, 과도하게 빚을 내 집을 샀다가 집값 하락과 원리금 상환 부담에 허덕이는 사람)'와 '렌트푸어(Rent Poor, 치솟는 주택 임대비용을 감당하는 데 소득의 상당액을 지출해야 해 저축 여력이 없는 사람)' 수준을 넘어서서 이제는 '하우스리스(Houselessㆍ무주택자)' 단계로까지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안 그래도 요즘에는 통상적인 주택거래시장에서도 집을 팔고 싶어도 팔리지 않아서 난리인데, 도저히 생계난을 견딜 수 없어진 사람들이 만약 집을 처분하려는 상황까지 대거 벌어지게 된다면 부동산 버블 붕괴가 진짜 현실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기를, 일본의 장기 불황은 부동산 버블 붕괴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은 자신들이 세계 제일이라는 엄청난 자부심이 있었고 우리 역시 그들을 부러워했지만,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20여 년 동안 일본은 참 많은 것들을 잃었고 최근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 국민들의 처지에서도 보이듯이 그들은 아직도 깊은 어둠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2008년 이후 미국이 겪고 있는 경제 위기도 주택시장 문제로부터 출발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불러왔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는, 신용조건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을 저소득층이 제대로 갚지 못하게 되면서 그것이 금융기관들의 대출금 회수불능 사태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발생한 기업 부실화와 금융회사의 파산 그리고 실물 경제의 타격과 세계적인 신용 경색 문제였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이 바로 예전의 일본이나 미국이 처했던 상황과 유사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2012년 1월 18일 시사인 보도]
이제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장 직접적인 위협 한 가지를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한국의 은행들은 2005년부터 거치 기간을 설정한 원리금 분할상환 대출을 본격적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거치 기간이란 간단히 말해서 원금을 갚지 않고 매달 이자만 납부하는 기간을 말하는데, 위의 표에서 보듯이 부채 거치 기간 만기가 올해 가장 많다. 쉽게 말해서 작년까지는 주택대출을 받아서 원금에 대한 이자만 내고 있던 사람들도, 올해부터는 원금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 한국의 서민들은 소비자 물가의 고공행진 속에서 실질 임금의 감소를 겪고 있으며, 앞서 살펴봤듯이 빚 자체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2006년 이후 주택대출을 받은 서민들이, 과연 원금을 상환할 수 있겠는가?
[실제로 한국은행이 2월 16일 발표한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금융회사에서 만기 일시상환 방식으로 돈을 빌린 대출자의 31.1%는 "만기에 원금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설사 덜 먹고 덜 쓰며 억지로라도 빚을 갚아 나간다고 쳐도, 그건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라는 걸 부인할 수 없으며 아주 작은 충격에도 깨지기 쉬운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외부에서 예기치 못한 작은 충격 하나만 발생해도 누구나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는, 그런 살얼음판 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한국의 가정들이 매월 빚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나가고 있다. 게다가 며칠 전 OECD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omposite Leading Indicators, CLI: 산업활동 동향, 주택 동향, 금융통화 현황, 국내총생산(GDP) 흐름을 계산해서 6개월 후의 경기흐름을 예측하는 경기 전망 지표)'는 3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하니, 당분간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물가는 계속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데 실질소득은 감소하는 상태에서,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올해 말까지라도 무사할 수 있을까? 아직 2012년 2월 중순밖에 되지 않았다. 1997년 2월 중순에도, 우리는 IMF 외환위기가 그 해 말에 닥칠 줄은 몰랐다.
[2012년 2월 14일 한겨레 보도]
자, 역사는 반복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1997년의 집권당은 신한국당이었고 대통령은 김영삼이었다. 2012년 현재, 집권당은 새누리당이고 대통령은 이명박이다. 1997년에 학교폭력 방지대책이 시행되었고, 2012년에 똑같은 학교폭력 방지대책이 시행되고 있다. 15년 전에 한창 잘 나가던 만화산업에 대한 규제방안이 발표되면서 만화산업은 몰락했고, 요즘 한창 잘 나가는 게임산업에 대해 갖가지 규제방안이 발표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마녀사냥은 그 대상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으며, 15년 전에 만화산업 종사자들이 느꼈던 치욕을 그대로 반복해서 지금의 게임산업 종사자들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또한, 1997년 말에 대한민국은 IMF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현재 가계부채 1천조라는 사상 초유의 그리고 사상 최악의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지금의 우리는, 과연 2012년 말에 제2의 IMF위기가 오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4월에 19대 총선이 있고, 12월에 18대 대선이 있다는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하는가?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2012년 한국의 경제가 1997년만큼이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부디, IMF 외환위기와 같은 비극적인 역사는 절대 반복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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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찌되었건 대한민국이 잘되야 개인들도 잘 되는 것이니까요...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