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 협상 전 박원순과 김두관의 입당을 반대하는 이유
2012.02.16 08:44
야권 단일후보로 당선된 김두관과 박원순의 입당보다 야권연대 협상이 더 시급하다.
원문 주소: http://arthurjung.tistory.com/124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오늘 민주통합당에 입당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다음 주쯤 입당할 예정이라고 한다. 야권 단일후보로 당선된 김두관과 박원순은 야권 연대를 발판으로 한 승리의 상징적인 존재들이기에, 이들의 민주통합당 입당은 4.11 총선을 위해 야권 연대가 시급한 현시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왜냐하면 박원순과 김두관은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로 출마설이 나돌 때부터 야권 연대의 넓은 틀 속에 있었고, 야권의 각 주체들이 모두 이 두 사람에게 힘을 실어줬기에 당선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에 김두관 지사는 경남도지사직을 수행하는 동안 당적을 갖지 않겠다고 도민에게 약속했으며, 박원순 시장 역시 선거 기간은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민주통합당에 입당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총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박원순 시장과 김두관 지사가 비슷한 시기에 둘 다 민주통합당에 입당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야권 연대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사안이고, 잘못하면 19대 총선에서 여권과 야권의 1:1 구도를 만드는 데에 상당히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현시점에서 김두관과 박원순의 민주통합당 입당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좀 살펴보려고 한다.
민주통합당의 후보가 아닌 야권 단일후보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2010년 6.2 지방선거 때 무소속 야권 단일후보로 나와서 당선됐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로서 당선됐다. 둘 다 시민사회단체와 야 3당으로부터 야권의 유일한 후보로 결정되어 야권 전체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나라당의 후보를 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김두관 지사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인사를 정무부지사에 번갈아 임명했고, 박원순 시장도 당선 이후 통합진보당과 꾸준히 공조 체제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두 사람은 당선 자체가 야권 단일후보였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광역단체장직을 수행함에 있어서도 민주통합당 소속이 아니라 야권 전체를 대변하는 무소속으로서 당당히 임해왔다. 물론 무소속 단체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기는 했겠지만, 어쨌든 박원순 시장은 시민사회 그리고 통합진보당과의 신의를 지키려고 노력했고 김두관 지사 역시 공동 지방정부 구성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이런 두 사람의 행보는 비록 민주당으로부터는 계속 압박을 받았더라도, 야권 전체적으로는 서로 간의 신뢰를 쌓는 과정이었고 광범위한 지지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졌다.
[사진 자료: 뉴시스]
그런데 김두관과 박원순이 민주통합당 입당을 발표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우선 김두관 지사는 경남지역에서 어렵사리 야권 연대를 위한 환경을 열심히 조성하고 있던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으로부터 "신의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고, 새누리당 경남도의원들로부터도 "(당적을 갖지 않겠다는) 도민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지적을 당하게 됐다. 게다가 김두관 지사는 입당을 하기 전에 도민들에게 충분히 양해를 구하며 설득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해왔던 것과는 달리 공식적인 자리에서 경남도민을 대상으로 양해를 구한 적은 없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가 민주통합당 입당으로 인한 정치적인 효과에만 너무 관심을 쏟은 나머지 이보다 우선적으로 더 중요한 도민의 사전 양해를 구하는 데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민주통합당 입당은 김두관의 대선 출마 가능성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문제이기에, 도지사직 유지 여부에 대한 구설수도 나올 수밖에 없을 듯하다. 과연 현역 경남도지사가 민주통합당에 입당하는 것이 국회의원 선거를 불과 50여 일 앞두고 급하게 진행할 만큼 그렇게 급한 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박원순 시장도 마찬가지다. 그가 출마할 때부터 민주당은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냈지만, 박원순 시장은 자신을 도와줬던 사람들과 논의해봐야 된다며 결정을 미뤄왔다. 시민사회와 통합진보당 역시 그가 민주당 후보가 아닌 야권 단일후보로 당선된 만큼 특정 정당에 입당하지 않는 것이 선택해준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라며 입당에 반대 의사를 표해왔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김두관 지사에 이어 박원순 시장의 입당을 발표했고, 통합진보당의 심상정, 유시민, 이정희 공동대표는 박원순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시민들의 원하는 것은 새로운 정치와 정권교체, 야권 연대"라며 입당 결정을 제고해 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이로써, 본인들이야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겠지만 두 사람의 입당으로 인해 야권의 분열이 초래되고 말았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야권 연대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미온적 태도로 인해 야권연대 협상 자체가 아직 시작되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도 못한 야권연대 협상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인 1월 16일에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가 선출되자마자 "총선승리를 위한 야권연대기구를 양당 대표 책임 하에 빠르게 구성"하자며 야권연대 협상을 제안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민주통합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2월 14일에 통합진보당은 야권 연대와 관련해서 양당 대표의 긴급 회동을 민주통합당에 또다시 제안하며 (국민들에게 야권 연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일단 야권연대 협상 개시 선언을 하자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이 이렇게까지 야권 연대에 적극적인데 반해,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바로 어제 있었던 한명숙 대표의 첫 기자회견에서도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정권 심판과 관련된 것이었고, 며칠 전에 폐기를 언급했던 한미FTA에 관한 내용도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야권 연대에 대해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외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한명숙 대표는 그저 원론적인 입장만 재확인하는 데 그쳤고, "아직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지 않아 그전에 협상 전략을 발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허심탄회하게 임하겠다"라고만 말하며 통합진보당의 대표 회동 제안에 대해서도 전혀 응답하지 않은 것이다.
[2012년 2월 15일 연합뉴스 보도]
4.11 총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는 현시점에서, 야권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야권은 선거 연대 정도만 가능한데, 이마저도 지금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누차 지적했듯이, 각 지역구의 예비후보 희망자들이 이미 공식적인 예비후보로 선정된 뒤에는, 야권의 단일화 과정에서 그 예비후보들이 어떤 식으로든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 둘 다 서로 곤란한 지경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시라도 빨리 야권연대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데, 민주통합당은 한 달 전의 '야권연대기구 구성 제안'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틀 전의 '양당 대표 긴급 회동 제안'에도 응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민주통합당은 야권 연대의 디딤돌로 삼을 수도 있을 한미FTA 폐기 문제를 (며칠 전만 해도 강하게 추진할 것처럼 말하다가) 갑자기 재협상 쪽으로 후퇴한 듯한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이러니 민주통합당이 과연 야권 연대에 강력한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결국 야권연대 협상이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도 못한 현시점에서는 박원순 시장과 김두관 지사의 민주통합당 입당을 통합진보당이나 시민사회가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원순과 김두관, 무조건 입당이 아닌 야권 연대의 지렛대 되어야
통합진보당은 공천 후보 신청자들에게 야권 연대에 대한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서약서까지 이미 받아놓은 상태다. 이 정도면 통합진보당이 야권 연대에 얼마나 확고한 의지를 갖고 진정성 있게 임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데, 민주통합당은 그저 말로만 떠들며 계속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오죽하면 박원순과 김두관의 입당을 이용해서 통합진보당을 압박하고, 이를 통해 야권 연대 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의 일방적인 양보를 받아내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사실, 박원순 시장이나 김두관 지사의 민주통합당 입당이 그렇게 급할 이유는 없다. 야권 연대의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하는 것인데, 김두관 지사가 경남지역의 시민사회가 입당을 말리는 상황에서 경남도민과의 약속을 깨면서까지 당장 입당해야만 할 특별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 역시 야권 연대의 파트너인 통합진보당이 입당을 반대하고 있고, 김두관 지사와의 동반 입당이 성사되지 않을 만큼 본인 스스로도 고민이 많은 상황에서 굳이 지금 입당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입당을 투표일에 가깝게 가져가는 것이 야권에 더 유리하지 않을까?
[2012년 2월 16일 서울신문 보도]
지금 당장 입당하길 바라는 쪽은 시민사회도 아니고 통합진보당도 아닌, 오로지 민주통합당 뿐이다. 그 어떤 고려도 없이 박원순과 김두관이 이번에 민주통합당에 입당하면, 그것은 그저 민주통합당의 자만심만 키워줄 뿐이고 야권 연대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안 그래도 요즘 민주통합당은 이미 선거에서 이긴 것마냥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여기에 김두관 지사와 박원순 시장까지 가세하면, 그 다음에는 모두의 바람인 야권 연대 자체를 꼭 필요하지 않은 거라고 착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19대 국회에서 야권의 목표치인 의석수 3분의 2는 고사하고 과반수 의석도 장담할 수 없다. 민주통합당은 총선 전략으로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정권심판론이 제대로 힘을 받으려면 전체적으로 1:1 구도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은 야권 연대에는 별로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박원순 시장과 김두관 지사의 입당만 서두르고 있다. 어차피 이 두 사람이 입당하고 나면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과의 경합지역에서 어느 정도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민주통합당은 누가 봐도 더 시급한 문제인 연대보다는 야권을 분열시키는 영입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연대' 없이 '승리' 없다는 걸 민주통합당은 정녕 모르는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김두관과 박원순은 서둘러서 민주통합당에 입당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로 인해서 야권연대 협상이 하루라도 더 빨리 진척될 수 있도록 하는 지렛대가 되어야 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광역단체장이 입당하는 게 아니다. 민주통합당이 야권연대 협상에 진정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더 늦어졌다간 야권 연대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설사 된다 하더라도 전혀 어떠한 시너지 효과도 내지 못하고 저번 지방선거 때의 서울과 경기도처럼 안타깝게 패배할 수도 있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바로 야권연대 승리의 상징적 존재들인 박원순 시장과 김두관 지사가 좀 더 나은 역할을 해야 하고, 이런 중차대한 순간에 만약 두 사람이 민주통합당 입당의 조건으로 '야권연대 협상 개시'를 내세운다면 민주통합당뿐만 아니라 야권 전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부디 김두관 지사와 박원순 시장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서, 진정으로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